2007년 5월 14일 월요일

사랑하지 말자! 미워하지 말자!

지난 일요일 깨달은 바가 있다.
이제 어느 누구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기로 했다.
아는 사람이 내게 하는 크나큰 실수들은
단지 알고 지낸다는 이유만으로 용납하면서,
모르는 이가 행하는 조그마한 오해와 실수들은 용서치 않는 편협함이
범인 凡人의 마음 속에 항시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다.
욕망을 자제하며 반수도승처럼 지냄에도 불구하고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마음 속의 불길을 다스리기가 힘든데,
제도의 틀 속에서 싸우며 사는 범부들은 얼마나 힘이들까!

법구경 애호품 중에 있는 구절이 떠오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갖지 말라.
미워하는 사람도 갖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만나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예전엔 관념적으로만 이해하던 구절이었는데,
지금은 가슴 속에 느낌으로 다가온다.

도종환 시인은 그의 시에서 이렇게 읊조린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 하리라 마음 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맹세들을 떠올렸다.
그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다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 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얼마나 욕망의 덩어리인가를 대변해주는 시 詩인 것 같다.
(詩는 읽고 해석하기 나름입니다. 절대적인 잣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詩이니 오해없으시길....)

사랑하기도 바쁜 세월인데, 때때로 미워하기까지 해야하니...
끝까지 변치 않고 사랑할 수 없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미워해버려라.
미워할 자신마저 없다면
차라리 무심해져 버려라.

어차피 영원치도 못한 것이 인간의 감정이라면
차라리 무심한 돌이 되어버려라.

내세가 있다면
다음 생엔 들판의 이름없는 들꽃으로 피어나기를.
그 마저 사치라면 산골짜기 시냇가에 지천으로 널부러진
하나의 돌맹이로 환생하기를.

사랑한다는 것과 미워한다는 것은 이음동의어임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책임감없는 짓일지도 모르지만, 마음의 평정을 원할 뿐이다.
나에게 사랑은 사치다. 인간에게 사랑은 사치다.
---- 이하 생략 ----
말이 길어지니, 감정의 찌꺼기만 자꾸 쌓인다.

…… 라고 다짐한 게 10년이 지났는가? 5년이 지났는가?
그 밤의 숱한 다짐들은 시쳇말로 안드로메다로 귀양이라도 보낸 건가?
다짐들을 뒤로 하고 또 사랑이란 걸 하고 있는 나!
역시 인간에게 망각은 만병통치약인 것 같다.
(누구는 사랑이 만병통치약이라고 헛소리를 하기도 하더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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