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14일 월요일

인간성에 대하여...


글을 쓴다해서 다 작가는 아니듯이,
노래를 한다해서 다 가수는 아니듯이,
인간의 탈을 쓰고 있다해서 다 인간은 아닌가보다.

오늘 인간에 대한 환멸을 또 느끼고 말았다.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을 면전에서 갖고 노는 인간. (마치 언어의 유희인양.)

중의적인 물음으로 어떻게 생각하던 너 마음대로 느껴라! 는 듯이 눈꼽만큼의 죄책감도 없이 지껄여대는 그 인간.

그런 것들도 인간의 범주에 넣어도 되는 걸까? 에 대해 자신과의 대화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하나의 결론을 얻게 되었다.

내게서 배운 것을 어느 날 나에게 적용하는 인간.
내게서 들은 것을 마치 자신의 생각인 양
나에게 자랑인듯 가르쳐대고 지껄여대는 인간.

자신의 생각만 소중히 여기고 타인의 생각은 개뿔 만큼도 소중히 할 줄 모르는 인간.

준 것만 생각하고 받은 것은 금방 잊어버리는 인간.
자신에게 불리하면 우정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언제 알았냐는 듯 손바닥을 뒤집는 인간.
주변의 여건이 바뀌면 언제든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인간.
타인의 시간을 물쓰듯 써버리고도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인간.
신의를 어기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인간.
고마워, 미안해란 단어를 입에 달고 다니지만, 입버릇일 뿐인 인간.

자신과 무관한 타인을 이유없이 괴롭히는 인간.
저 살려고 타인은 죽든 말든 괘념치 않는 인간.
내 속에 있는 인간의 이중성, 다면성, 이기성등을 꼭 닮은 인간.
미워할 수만도 사랑할 수만도 없는 나와 꼭 닮은 인간.

그런 인간들을 내 생활에서, 내 마음 속에서 몰아내기로 했다.
아니 그런 인간들은 응징하기로 결정했다.
수단과 방법 따윈 문제도 아니겠지.

어두운 동굴 속에서 빛을 찾아 헤매이던 시절.
어느 책 한 귀퉁이에서 읽은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날 이후 그 글을 종교의 성스러운 경전처럼,
내 정신 깊은 곳에 거미줄을 치고, 날줄과 씨줄 사이에 옭아매고 살아왔다.

그 책에서 이 세상엔 세 가지 부류의 인간이 있다고 하더군!
그 당시 내겐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지.

있으나 마나 한 인간.
있으면 안 되는 인간.
꼭 있어야 되는 인간.

최소한 있으면 안 되는 인간이 되지는 말아야지.
사회악은 되지 말아야지.
전심전력을 바쳐 정신을 다잡으며 살아왔다.


지난 세월 수 천의 책을 읽게 된 것도,
수 천의 음악을 탐닉해 온 것도,
그림을 그리게 된 것도,
내 더러운 피 속에 녹아있는 원시적 성향을 잠재우기 위한 발악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많은 세월, 그 많은 고뇌의 시간들도
단 한 순간의 판단 착오로,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말았다.
피 속에 흐르는 기질은 영원히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그리도 바꿀려고 수 많은 시간을 고뇌하며 지냈는데,
내 속의 악마성을 잠재우는데 끝내 실패했다.
어차피 손바닥 뒤집 듯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 인간성이라면
굳이 하나의 축(잣대)을 세워둘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 허리를 굽이 돌아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처럼, 막히면 돌아흐르며 대양으로 흘러들리라.

때로는 폭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달빛에 반짝이는 은빛의 고요함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바위를 깨부수고,
때로는 옹달샘에 잠시 머물기도 하겠지만,

내 갈 곳은 오직 한 곳, 대양.
그곳에 닿기까진, 결코 흐름을 멈추지 않기로했다.
어떠한 장애물로도 영원히 가둬둘 수는 없는 물.
그런 물이 되기로 했다.

가는 앞 길을 막아서는 쓰레기들은 함께 몰아가서
대양의 깊디 깊은 해구 속으로 몰아넣기로 했다.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인간에 대한 환멸을 또 느끼고 말았다.
젠장이다! -.-;

나는 과연 어떤 인간인가?
대체 어떤 인간이길래 잠들지 못해 엎치락 뒤치락거리고만 있는 걸까?

지적인 인간이 되고 싶어 닥치는대로 책을 읽고 생각을 했다.
교양있는 인간이 되고 싶어 음악을 수 없이 찾아듣기도 했고, 연극과 영화도 남 못지 않게 섭렵해왔다.
예술을 아는 인간이 되고자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문학도가 되기 위해 나름대로 글 나부랭이도 꽤나 끄적여보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10년 전의, 20년 전의 철없는 그 모습 그대로이다.

나는 과연 어떤 인간인가?
내가 나라고 여기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고 판단하는 나와의 괴리감 '사이'에서 버둥거리는 그레고르와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인지(안다는 것)와 행위(한다는 것)의 무의미함을 시간이 흐를수록 뼈 속 깊이 실감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행위와 무의미에 집착하고 있는 내 꼴통 속의 바이러스도 지겨워지고 있다.
아무 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차돌 같은 마음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마음 공부도 하고 있지만, 이루기는 아직도 요원한가보다.

하룻밤을 살기 위해서 매미는 17년 동안 땅 속에서 번데기 생활을 한다. 17년이 지난 후 화려한 잠을 깨면 비로소 성숙된 매미로 변신되어 교접한 뒤 알을 낳고는 하룻밤을 잔 뒤 죽는다.


인간은 뭐든 너무 서두는 경향이 있나보다. 매미보다 못한 인내력으로 도대체 뭘 이루려하는가?
10수년 전에 봤던 배창호 감독이 매가폰을 잡고 황신혜씨, 안성기씨가 주연한 「」이란 영화에 나온 노랫말과 가락이 떠오른다.

세상 일 즐거워 한가롭더니
고운 얼굴 남몰래 늙어졌다네

서산에 해지기를 기다리느냐
인생이 꿈 같음을 깨달았느냐

가을날 하룻밤 꿈 하나로
너 어찌 하늘에 이르리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고 싶었다.
요즘 같아선
띄 엄 띄 엄 초가 두 세집 있는 이발소 그림 같은 산골에 들어가고 싶다.

내가 어디에 있건 없건, 무슨 생각을 품건, 어떤 행위를 하건
이 세상은 너무나 잘 굴러가겠지.
나와는 유리된 세상.
나와는 화합될 수 없는 문명화된 세상과 그 속의 로봇같은 사람들.
공장의 컨베이어시스템 같은 세상.

나를 기계의 부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나
세상을 자동화 공장으로 바라보는 나나
오십보백보다. -.-;

인간이 만든 세상이나, 인간성에 대해 하는 모든 비판적인 사고들은
결국은 누워 침뱉기다.

내 심장이 펌프질을 멈추는 날 까지 열심히 살자!
무슨 도리 있나? 아무 도리 없지 않은가!

*『그레고르 - 카프카의 단편소설 변신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
*『영화 「꿈」은 삼국유사의 조신설화를 기초로 한 이광수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 동굴에서의 일기 (새긴 날 : 2004-07-26)
(그다지 좋은 마음으로 쓴 글이 아니니 불펌을 금합니다.)

댓글 2개:

  1. 좀 지난 일기네요.. 다행~~ ^^ (쫌 무서움...;; )

    이제는 조금쯤.. 가슴이 그리고 머리가 편해지셨나요~? 안녕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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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현실부적응 - 2007/05/14 11:16
    다행이라 여기지 마소서!

    제 버릇 개 못주더군요. ^^ㅋ

    (왜 안 좋은 표현엔 죄다 '개'가 은유적으로 들어가는 건지... '개'만큼 충실한 사람 찾기가 참! 힘들던데...)



    편안해졌다고 해도 거짓말이요,

    편안해지지 않았다고 해도 거짓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정이란 게 바닷가의 파도와 같은 거더군요.

    밀물처럼 쏴~ 밀려왔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썰물처럼 확~ 빠져나가고 그렇더군요.



    요즘은 오면 오나부다 가면 가나부다...

    그러고 살아요.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 처한 현실 그대로...

    체념도 할 땐 하고, 반항도 그에 못잖게 하고...

    어쨋든 시간은 흐르겠죠.

    시간이란 마술사가 내가 감당 못하는 건 알아서 덮어주는 것 같더군요.



    즐겁고 의미있는 한 주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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