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16일 목요일

달콤한 인생 A Bittersweet Dream [★★★★] - 선문답을 통해 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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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별점


스카이 라운지 이름도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

스카이 라운지 이름도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


어제 저녁
이병헌씨 주연의 영화 '달콤한 인생 A Bittersweet Dream' 을 일곱 번째로 다시 봤습니다.

모두 알고 있듯이 달콤한 인생의 도입부와 마지막 부분에 불교의 선문답이 주인공인 선우의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옵니다. 도입부의 '선문답'은 원체 유명한 것이라서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영화 마지막에 흐르는 선문답은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들었습니다.

작년 이즈음(2006년 8월 21일)에 이곳 http://tittle.tistory.com 을 개장하면서 처음 올렸던 글도 역시 달콤한 인생의 선문답 내레이션이었습니다. 일부러 개장 1년 기념으로 보려고 한 건 아닌데, 얄궂게도 거의 1주년 기념이 된 것 같습니다. ^^


| Intro 선문답 |
- 불교의 선문답을 통해 영화의 주제를 복선으로 깔며 시작된다.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곳은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 Ending 선문답 |
- 제행무상(諸行無常)일까? 제법무아(諸法無我)일까?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제법무아를 얘기한 것 같다.


어느 깊은 가을 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즈막히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영화의 스토리는 선우의 상상일까? 사실일까? |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니 이 영화가 선우의 상상이냐? 아니냐? 에 대한 엇갈린 판단들이 있더군요. 선문답 두 개를 연결해서 유추해보니 영화의 줄거리는
선우=해결사가 아니라,
평범한 호텔 매니저로 일하는 선우의 즐거운? 상상이라고 보이더군요.

도입부 선문답에서
-> 무릇, 움직이는 것은 네(선우) 마음이다.

그리고 마지막 선문답에서
->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제자(선우)는 울었을까?
자신이 상상으로 만든 이상형의 여인(희수)에 대한 애틋한 마음 때문에 울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상상의 여인과 사랑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니… 그래서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기에 슬퍼서 울었던 것이라고 보여진다.

도입부 선문답에서의 계절은 봄입니다.
봄은 아시다시피 여자의 계절이죠.
그래서 희수를 만나고 로맨스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 로맨스는 한 때 지나가는 바람이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선문답에서의 계절은 가을입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죠. 가을은 모든 것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희수와의 꿈 같던 상상은 가을날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하나 둘 떨어져 사라져가며, 선문답이 흘러나옵니다.

선문답이 끝난 직후 연이어서 선우의 섀도우복싱 Shadowboxing 장면이 엔딩 크래딧과 함께 나옵니다. 섀도우복싱은 복서가 혼자서 거울을 보며 연습하는 걸 의미합니다. 섀도우복싱은 앞의 모든 사건들이 선우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둔 한 편의 시나리오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강사장을 권총으로 죽이기 바로 직전에 선우가 유리창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는 건 다른 의미가 아니라, 이 영화가 선우의 생각이 투영된 시나리오라는 복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리나 거울에 비친 상은 실상이 아니고 모두 허상이죠.
제행무상
다시 말해 내러티브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는 표면적인 영화줄거리 상의 인생무상이 아니라,
제법무아
즉, 선우의 모든 사건은 무아(상상 속의 자신의 이야기)였다고 판단됩니다.

두 가지 선문답 모두 첫부분이 암전이 먼저 시작되고 선우의 목소리가 시작된다.
이건 뭘 의미하는가?
암전은 꿈을 꾸고 있거나 상상을 하고 있다는 은유적 표현이 아닐까?
암전은 연극에서 한 장면에서 다른 장면으로 재빨리 장면 전환을 하려고 할 때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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