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10일 금요일

100분 토론 <디-워(D-WAR)과연 한국영화의 희망인가>를 보고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들어가며 |
저는 아직 디워(D-War) 안 봤습니다. 영화를 보지도 않은 사람이 이런 대화에 낀다는 자체가 우서울 것 같아서 관람 후에 하려다가 다음 기회가 어쩌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외람되지만 좀 끼겠습니다. 말이 안 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널리 양해바랍니다. 저도 사람이라 완벽할 수 없습니다.

아직 영화 안 봤지만, 이번 100분 토론 자체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좀 있어서 몇 자 남깁니다.

패널 중 한 분인 진중권씨 학식도 높고, 평론이 부직(업)이시고, 저 보다 알아도 더 많이 아시겠지만, 그도 또한 사람이라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이번 기회에 아주 확실하게 인식하게 됐습니다. 사실 100분 토론 보면서 내가 알고 있던 그 진중권씨 맞나? 싶은 의문 부호가 자꾸 생길 만큼 진중권씨를 개인적으로 흠모해 왔더랬습니다. 그의 명저인 '미학 오딧세이'를 집필하실 당시만해도 아니 그 후의 저작을 통해서도 봤지만, 세상을 다양한 인식의 틀로 바라볼 줄 아시는 분으로 알아왔는데, 이번 토론을 통해서 조금은 내 생각이 요즘 표현대로 하자면 '진빠'식의 생각의 폭이 아니었나? 하는 자각을 할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들어가는 글부터 왜 이렇게 줄줄이 군말이 많느냐면요, 제가 진중권씨께 평소에 무슨 억화심정이 있어서 이런 글을 적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인식하시고 읽으셔야할 것 같아서 입니다. 좀 많이 까 드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 인간에 대한 실망이 컷다는 반증 정도로 아시고 읽어주십사 부탁드립니다.

| 그래 당신도 사람이니 뭐! |
먼저 진중권씨께서는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 중 소중한 6년이란 시간을 투자해서 한 일에 대해서 너무 가볍게 얘기하시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토론을 보는 내내 들더군요. 물론 진중권씨의 말이 틀렸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나 평론가다운 시각으로 냉정하게 보셨더군요. 공부도 조금은 된 것 같구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진중권씨는 잘못된 부분만을 보시고, 이면에 깔려 있는 심감독의 인생역정과 그 인생역정을 통해서 얻게 된 영화(특히 블록버스트)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못 읽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읽고 있지만 편협해지기로 작정을 하셨거나...

심감독도 어찌보면 유치한(?) 어린이용 영화였건, 헐렁한 괴수영화였건 간에 그 동안 수 십편의 영화를 감독하고 출연해온 한 사람의 영화인입니다. 지금 보면 정말 실소 밖엔 안 나오는 티라노의 발톱도 수 많은 시행착오와 그 당시로서는 여러가지 여건상 각고의 노력하에 탄생한 영화였습니다. 용가리... 참 눈물 나는 영화입니다. 그 당시에 지금의 C.G수준 정도만 됐더라도 싶은 생각이 문득 듭니다. 물론 그렇다해서 용가리의 플롯이 좋았다거나, 서사구조가 좋았다는 건 아닙니다.
말이 자꾸 딴데로 새는데... 아무튼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쳐서 국내 기술력으로 미국시장에 노크해서 OK싸인을 받았다는 자체만해도 대단한 것 아닌가요? 한 해에 우리나라 영화가 미국에 몇 편씩 걸리나요? 아니잖아요. 걸린다는 자체만 해도 대단하다고 여기는데, 아닌가요?

미국 영화관계자들이 영굽니까? 바봅니까? 자기네 관객에게 팔리지도 않을 영화를 뭣하려고 1500개 개봉관에서 걸어줍답니까? 계산기 두드려서 미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 팔릴 것 같다는 판단이 섰으니깐... 그 정도 규모로 걸겠다는 것 아닙니까...

미국 영화 관계자들이 진중권씨 만큼 서사구조고, 플롯이고, 나발이고 -.-; 그걸 몰라서 수입 결정했겠어요... 미국 영화시장은 정말 냉정한 곳입니다. 미국 개봉하고 거기서 대박나면 그땐 소 뒷걸음치다가 쥐잡은 격이라고 치부할 건가요?

용가리 때부터 수차례 심감독님의 육성으로 블록버스트 영화에 대한 코멘트를 들어왔는데, 흥행이 잘 됐건 안 됐건 간에 제가 보기에 심형래감독은 블록버스트 영화의 특성을 확실하게 파악한 분입니다. 그렇기에 남들이 아니라고 할 때 코뿔소처럼 밀고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해마다 철마다 보는 미국형 블록버스트 영화를 볼때, 서사구조, 플롯 따져가며 영화봤나요? 미국 관객들은 자기네 블록버스트 영화볼 때 플롯과 서사구조 따지며 보는 사람이 과연 관객의 몇 %나 될까요? 정말 묻고 싶습니다. 서사구조, 플롯... 물론 중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대부분의 관객은 영화보면서 그런 것 따져가며 안 봅니다. 보고 나서도 잠시 생각할 뿐입니다. 사실 영화광들이나 그런 걸 이야기하는 정도죠. 그리고 이내 또 다른 영화 기웃거리구요.

SF 영화는 장르의 특성상 특수효과 (요즘은 C.G)에 많은 부분을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SF 블록버스트 영화의 태반이 서사구조, 플롯 엉성한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 간극을 특수효과로 메꾸는 경우 또한 많습니다.

글쎄요.
제가 아직 디워를 보지 않아서 도대체 얼마나 서사구조와 플롯이 엉망진창이기에 평론가분들이 쌍수들고 악필을 날리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진중권씨 말씀대로라면 한마디로 비유하면 개판 일보직전인 것 같은데, 만에 하나 그렇다면 디워를 관람한 관객들 중 좋았다고 평하는 관객이 전부 영구나 땡칠이가 -.-; 아닌 이상, 아무리 C.G의 볼꺼리가 많고 또 그 부분이 재밌었다 하더라도 그 정도로 이야기가 안 되는 얘기였다면 좋았던 C.G 만큼의 비판도 함께 하고 있을 것이라 여깁니다.

대박나는 영화는 그만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다른 안 좋은 부분을 만회하는 호재로 작용해서 대박나는 겁니다. 관람한 관객들이 막연하게 애국심이나, 민족주의, 인생극장 그런 정도 차원으로 높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속 깊고 더 넓은 마음의 발로로서 총체적으로 평가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우리나라 영화 관객의 수준을 세계에 내 놓아도 결코 꿀리지 않는 수준으로 평가합니다.(이것도 민족주의 인가?? ㅋ)

아직 영화를 보지도 않았는데, 100분 토론 보고 있자니 저도 덩달아서 바보 쪼다라도 된 꿀꿀한 기분이 되더군요. 평론가가 뭐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양, 아주 위에서 내려다보며 얘기하는 말의 뉴앙스와 억양이 상당히 거슬리더군요. 대중이 보는 TV 대담 프로에 나와서 자기 감정이 안 좋아서 평론을 했다는 표현을 아주 당당히 하시질 않나... 평론가씩이나 되셔서 사적인 자리에서 할 말과 대중이 보는 자리에서 할 말 구분도 못할 정도의 인격이셨나요? 물론 같은 사람으로서 얼마든지 감정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알기론 진중권씨는 이미 개인이 아닌 공인입니다.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에 책임을 져야할 만한 사회적인 위치에 선 사람입니다. 그런 위치에 선 사람이기에 TV 대담 프로에 패널로 초대되어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우리 동네 영화광 아저씨라도 할 수 있는 감정적 표현을 해도 욕먹지 않을 만한 위치에 계신 분이 아닐껄요. 아마!

예전에 도올선생이 어느 기자와의 대담프로에서 하던 말이 떠오르더군요. (저 도올빠 아닙니다. -.-;)
그 기자분이 '우리나라의 ...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묻는 질문에 도올선생 말씀하시길 우리나라의 문제는 너와 나의 문제다. 아마 기자와 교수가 나라의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왜 사람은 사회 경제적으로 좀 여유가 있어지면, 그 틀에 갇혀버리는 걸까요?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걸까요? 참 인생살이 정말...

이건 조금은 논외의 얘기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감독이랄 수 있는 임권택 감독님도 감독 초창기에는 정말 쓰레기 같은 영화 많이 만들었습니다. 임 감독님은 자신의 초창기 작품에 대해 부끄럽게 여기신다고 하셨지만,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안 좋은 일도 겪어봐야 그게 얼마나 안 좋은 건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보다도 더 잘 알 수 있고, 나중에라도 피해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고 봅니다. 아마도 임 감독님의 주옥 같은 후반기 작품들이 탄생하기까지는 초창기의 안 좋은 영화들도 알게 모르게 힘이 되어 왔을 것이라 여깁니다.

아는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심형래 감독도 어린이를 타겟으로 한 코메디 영화인 '영구 시리즈'에 대해서 훗날 스스로 어떤 냉정한 평가를 하실 것입니다. 용가리와 어쩌면 D-War 또한 심감독님의 SF 초창기 영화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심빠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심형래 감독의 가능성을 높이 쳐주는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용가리 때도 헐렁한 C.G 기술이었지만, 그 돈으로 그 정도 해낸 것도 대단하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아직 관람전이지만 들리는 풍문으로 보면 D-War의 C.G 기술력이 수준이 꽤 높은 걸로 비춰집니다. 그냥 그렇고 그런 정도면 과연 C.G의 최고봉이랄 수 있는 영화를 양산하는 산실인 미국 영화계에서 수입했겠어요. 누구 말마따나 플롯이 없는 영화인데, 거기다가 C.G도 그냥 평작이었다면 심감독님 선에서 미국 진출은 스스로 포기했으리라 여깁니다.

C.G 공부해보신 분이라면 실사와 같은 C.G를 애니메이션으로 까지 해서 영화로 제작하려면 얼마 만한 각고의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지는 잘 알 것입니다. 그 기술이 당장은 범용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니 만큼 박수를 쳐주는 게 인지상정이라 여겨집니다. 아닌가요?

제 개인적으로는 애국심, 민족주의, 인생극장 그런 자질구레한 주변이야기 전부 접어두더라도,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길로 코뿔소처럼 들이대고 홀로 나갈 수 있는 그 저력만 보더라도 박수가 절로 나옵니다. 감히 장담하건데 수십 년 후 틀림없이 심감독님은 국내 SF영화의 한 획을 그은 위대한 분으로 평가될 겁니다.


| 나가며 |
아주 고맙게도 100분 토론 패널 분들 중 한분(진씨 아저씨 -.-;)께서 영화의 줄거리를 다 말씀해주신 덕에 줄거리(랄 것도 없다고 하시더군요. 플롯이 없다...)에는 더 이상 기대 안 걸고, 오로지 C.G 한 부분만 집중해서 보려고 합니다. 예전에 3D C.G 공부하던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100분 토론 본 덕에 일정을 앞 당겨서 이번 주말에 극장에 가봐야할 것 같습니다. 보고 나서 다시 한 번 지금 제 글의 형평성을 분석해볼까 합니다.

앞뒤 정리 안 되고,
감정이 다분히 섞인 글이니 양해 바랍니다.
저명한 평론가 분도 감정적으로 얘기하시던데, 저 같은 범부야 뭐 울화통 좀 터트려도 괜찮겠지요. ^^ㅋ


MBC 100분 토론 '디-워”(D-WAR), 과연 한국영화의 희망인가'는 아래에 있습니다.
주소 : http://www.imbc.com/broad/tv/culture/toron/1579034_1577.html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