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17일 목요일

화이트헤드의 『과정과 실재』로 풀어보는 '행복'에 대한 단상

며칠 전 내 사는 꼴이 안 돼 보이셨는지 삼촌께서 '행복하냐?'고 물으셨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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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헤드의 명저이자 현대 형이상학의 현주소라 할 수 있는 "과정과 실재"가 머리 속에 떠올랐다. 철학에 문외한인 분께 화이트헤드가 어떻고 저떻고, 과정철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러하고 저러하고 얘기했다간,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하지말란 소리 듣게 될지 몰라서 평범하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스리슬쩍 얘기드리고 말았다.

"행복은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주어지는 것도 만들어나가는 것도 아닐 겁니다. 행복은 또각또각 소리내며 앞으로만 전진하는 시간 속에 스며있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 도대체 '행복'과 '화이트헤드'가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화이트헤드를 조금이라도 읽어봤거나 귀동냥이라도 했던 사람들은 그의 책은 한 페이지를 이해하기가 힘든다고들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철학을 전공했건 철학이라면 고개부터 설레설레 흔드는 문외한이건 어느 누구에게나 그의 저서들은 정말 들여다보고 있으면 잠만 꾸벅꾸벅 오는 책들이다.

특히나 그의 철학의 정수라고 할수 있는 "과정과 실재"에 다다르면 한 페이지는 고사하고 한 문단을 이해할 수 없어 갈 곳 잃은 나그네 마냥 눈길은 제자리 걸음만 되풀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과정과 실재"의 골자는 의외로 너무도 간단하다.

현상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은 원인과 결과의 틀 속에 있다는 인과론과는 달리 "과정과 실재" 라는 제명이 얘기해 주듯이 우리가 오성의 틀로 받아들이는 모든 "실재"라는 것은 지나온 과정과 과정이 모이고 서로 상호 작용을 하여 나타난 것이라는 것이다.

단정적으로 얘기하자면 "실재"라는 것은 과정의 결과물이란 것이다.

좀더 명확하게 얘기하자면 실재는 없으며 과정만이 시간과 사건의 연속선상에 띄엄띄엄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형이상학에 근거를 두고 우리의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오감의 결과물을 살피면 답이 없을 것 같던 문제들도 쉽게 해결책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인생의 목표와 지향점은 제각각이겠지만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하루를, 한달을, 일년을 알차게 보내려 노력한다. 하지만 우리의 생활은 결코 행복과 맞닿아 있다고 단정지을 순 없다. 물론 '난 행복한데?'라고 느끼는 분들도 더러 계실 것이다. 근데 행복감이라는 것이 연속할까?

우리는 항상 "그때는 행복했었는데..." 또는 "이렇게 되면 행복할텐데..." 식으로 행복을 과거지향형 또는 미래지향형으로 얘기한다. 삶이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라기 보다는 행복을 어떤 필요조건으로 사고하고 있음으로 인한 넌센스이다.

화이트헤드의 "과정과 실재"의 사고의 흐름을 참고해보자.
우리는 행복이 도달해야할 목표라고 여기고 있지만, 사실 감정이란 것은 어떠한 지향점을 정해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감정이란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며, 고정불변한 것이 아닌 것이다.
확고할 줄 알았던 인생관도 조그마한 변화에 의해 바뀔 수 있고, 불변할 줄 알았던 사랑도 시간의 흐름에 이기지 못해 변색하는 것을 살다보면 한번쯤은 겪게 된다.

만일 행복이란 것이 어떤 위치나 상태로 나타나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행복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 그 자체에 녹아있는 것이다.

진정한 여행이라면 특정한 목적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목적지이듯이 참된 행복은 인생 자체에 스며들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보너스
『과정과 실재 Process and Reality』의 마지막 장, 「신과 세계 God and the World」의 일부를 영문과 번역문을 곁들여 함께 새겨둡니다.
(번역문은 도올 김용옥 선생의 번역이 잘된 번역이더군요. 예전 어느 TV강좌 동영상을 보며 녹취해둔 것인데, 이렇게 사용하게 되네요.)

It is as true to say that God is permanent and the World fluent, as that the World is permanent and God is fluent.
신이 정(靜)한 것이고, 이 세계가 동(動)한 것이라고 말한다면 이 세계야말로 정(靜)하고, 신이야말로 동(動)한다고 말해도 타당하다.

It is as true to say that God is one and the World many, as that the World is one and God many.
신을 일자라고 하고 이 세계를 다자라고 한다면 이 세계야말로 일자고 신이야말로 다자라고 말해도 타당하다.

It is as true to say that, in comparison with the World, God is actual eminently, as that, in comparioson with God, the World is actual eminently.
신이 실하고 이 세계를 허하다고 말한다면 이 세계야말로 실하고 신이야말로 허하다고 말해도 타당하다.

It is as true to say that the World is immanent in God, as that God is immanent in the World.
신이 이 세계에 내재하신다고 생각한다면 이 세계야말로 신에게 내재한다고 말해도 타당하다.

It is as true to say that God transcends the World, as that the World transcends God.
신이 이 세계를 초월하여 계신다고 말한다면 이 세계야말로 신을 초월하여 있다고 말해도 타당하다.

It is as true to say that God creates the World, as that the World creates God.
신이 이 세계를 창조한다면 동시에 이 세계는 신을 창조한다고 말해도 타당하다.

하느님은 이제 아무것도 행하지 않으신다.
이미 모든 만물들에 당신의 씨알들을 심어놓으셨기에… - 소니's 어록 ^^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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