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8일 화요일

진화론자 VS 창조과학자 간의 Fight에 대한 단상

필자는 어린 시절부터 과학에 대한 아련한 동경을 갖고 있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천문학자가 되는 것이 장래의 꿈이었고, 고등학교 때 까지 과학 과목은 정말 재미있게 공부했었다. 언젠가는 우주의 기원도 밝히고 또 우주를 벗어난 저 멀리 다른 세상에 가고 싶다는 지극히 SF적인 상상도 서슴치 않고 친구들에게 자랑 처럼 얘기하곤 했다. 물론 친구들은 우주가 무한한데 우주 너머가 어딧냐고, 빨리 공상에서 벗어나라고 핀잔 아닌 핀잔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현대 이론물리학은 초끈이론, M이론을 필두로 한 다차원 우주론에 대한 가설을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고1 시절 내 곁엔 항상 성경이 함께 있었다. 모태신앙이었음에도, 국민학교 때 부터 과학(어릴 때라 정통 과학이라기 보단 거의 SF였지만;)에 젖어 살다보니 성경에 나오는 얘기들은 소설과 신화의 집합체 정도로 여겼었다. 그렇게나 과학자를 동경했지만, 성경과 신앙 생활을 시작하면서 난 조금씩 과학과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난 과학도 신앙도 모두 등지고 2년의 방황 끝에 엉뚱하게도 미술의 세계에 매혹되었다.

이후로 과학과 종교는 떼어낼래야 떼어낼 수 없는 마치 그림자 처럼 내 삶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평생을 찾아 헤매이고 있었던 것은 과학의 실험실도 아니고, 종교의 천국도 아니었고, 한참을 뒤늦게 알게 됐지만, 화가의 기름 냄새 풀풀 나는 화실도 아니었다.

내가 찾고 있었던 것은 과학과 종교와 예술의 공통분모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오랜 세월 내가 허덕이며 찾고 있었던 건 증명도, 믿음도, 내 속의 낙원도 아니었다.
내가 찾고 있었던 것은 진리였다.

30 중반의 어느 날 문득,
이미 예전에 버린 줄 알았던 과학과 종교와 예술을 전부 내 속에 숨겨 두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됐다. 어린 아이가 맛있는 과자를 자신만 아는 비밀 공간에 숨겨두고 조금씩 아껴 먹듯이, 나 또한 그렇게 야금야금 꺼내 먹고 있었다.

3년 전 즈음부터 진화론자들과 창조론자들이 왜 그렇게 논쟁의 콜로세움에서 피 터지게 싸움질 들인지 궁금해져서 이 자료 저 자료 틈나는 대로 섭취해왔다.

3년 간 숱하게 많은 자료들을 읽어낸 후, 내가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진화론자들과 창조론자들의 싸움질(논쟁)은 겉으로 드러난 모양새만 보면 상대방을 꺽어보려는 힘겨루기인 것 같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상대방이 아니라 스스로를 생채기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절대로 아니라고 할 것이다.

하여, 그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내 맘의 단초만 여기에 일부 새겨둔다.
조금씩 뼈대를 세우고 살을 보태고 나만의 종교관을 심어서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그들에게 내 맘의 울림을 들려주고 싶다.
그만 좀 싸우소! 이 한마디로 그들이 싸움을 그치면 금상첨화겠지만, 말을 들어줄 것 같지가 않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화론자들과 창조론자들에게 드리는 씨알의 울림
진화론에 입각한 (진화)과학은 과학 나름대로 발전해 나가고
믿음에 입각한 종교는 종교 나름대로 발전해 나갈 겁니다.

과학이 제 아무리 발전한다해도 종교가 사라질 일도 없고,
종교가 제 아무리 세상을 휩쓴다해도 과학이 사라질 일도 없습니다.

작금의 진화vs창조의 문제는
진화론에 입각한 과학과 믿음에 입각한 종교 쌍방간의 좋은 점은 인정하지 않고,
서로가 상대의 단점만을 씹어드시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과학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고,
종교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양쪽은 물과 기름처럼 어차피 융합될 수 없습니다.

'진화가 옳네, 창조가 맞네'하며 목소리를 높이기 이전에
과연 이 둘의 분야가 마주놓고 논쟁할 수 있는 가치가 있는지 부터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멀쩡히 잘 되어 가고 있는 진화쪽을 창조측이 시비를 걸었다고 할 것도 없고, 그 반대의 경우 또한 말할 것도 없지 싶습니다.
애시당초 다루는 분야가 전혀 다른 분야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진화가 옳네', '창조론도 그만한 이유가 있네'하며 따지는 건 딱 한마디로 단정지어서 시간낭비에 불과한 걸로 비춰집니다. 어차피 결론도 안 나는 대화도 아니고 소모적인 논쟁에 지나지 않고, 설령 이런 대화들을 한다고 해본들 양쪽의 근본적인 입장은 결코 바뀌지도 않습니다.

과학은 근본적으로 증명을 해야하는 학문이고,
종교는 근본적으로 증명과는 무관하게 믿음에 근거하는 것입니다.

진화론자(다윈교인 -.-;)들이여, 창조과학자들이여!
증명vs믿음 이게 과연 vs가 되리라 생각하시고 대화들을 나누시고 계신지요?
증명vs믿음 이게 진짜 vs가 되는 걸까요?

일찍이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이도 종교재판을 받고 난 이후에 신학과 과학의 분리에 대한 생각을 피력했습니다.
"The Holy Scriptures are intended to teach men how to go to heaven, not how the heavens go."
- G. Galileo -

성경은 인간이 어떻게 하늘나라에 갈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을 가르치는 책이지, 이 천체가 어떻게 운행되는가를 가르치는 책은 아니다.
- 갈릴레오 갈릴레이 -

단정적으로 얘기하자면, 나는 진화론자들의 손도 창조과학자들의 손도 들어주고 싶지 않다.
다만 그들을 모두 안아주고 싶을 뿐이다. 자신들의 아집에 쌓여서 큰 틀을 바라보지 못하는 잘못은 배움이 길건 짧건 항시 저지를 수 있는 일이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틀렸다고 할 것이 아니라,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보듬어 안아 장점을 배울 줄 아는 혜안을 뜨길 바랄 뿐이다.

어쩌면
진화론자들과 창조론자들 쌍방간의 이념 다툼은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동안은 끊임없이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논쟁의 콜로세움 관중석에 앉아서 그들간의 싸움을 바라보고 있지니, 한숨만 팍팍 날 뿐입니다.
진화론vs창조론의 싸움은 자신의 그림자와 싸워서 이겨보려는 헛된 짓에 지나지 않는데,
두 검투사들은 상대방은 무시하고, 자신의 그림자와 열심히 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그들이 고개를 들어 상대방 검투사가 그림자와 싸우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되고, 그리고 자신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그림자와 싸우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허탈한 웃음 지으며 어깨동무할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지금 그들은 고개를 들지 않습니다.
모든 것에는 다 시기적절한 때가 있듯이, 아직은 그 때가 아닌가 봅니다.
후~ 내뿜는 담배 연기에 이 시름을 함께 날려버리렵니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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