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24일 토요일

신의 첫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제가 머무는 어느 커뮤니티 자게에 심각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신이 태초에 존재했다면… 이라는 제목의 글이며,
신이 태초에 존재했다는 가정하에 생각해봅니다.
신이 태초에 존재했을 때 최초의 생각이 무엇이었을까요?

아래는 저의 단평입니다.
 
[너스레]
'인격신이냐, 범신론적 자연신이냐....'하는 신에 대한 범주와
또 어느 종교의 범주 안에서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답이 나올 수 있을 듯합니다.

질문하신 님의 범주는 무엇인가요?

사실 어떤 범주에서 얘기하건 정답은 없는 것이고,
어차피 각자 유추(특정 교리체계이건 개인의 사념이건.)만 할 수 있을 뿐인 것이겠지요.
물론 이런 조건을 모르시고 대화를 유도하신 것도 아니겠지만요.

신이건 물질이건 추상적인 관념으로 도출되는 모든 생각의 시초건,
다시 말해서 모든 만물의 근원은 인간의 능력 밖의 문제일 겁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철학과 과학을 필두로 한 모든 학문이
인간 지력이 한계에 달하는 때*주1)가 어느 땐가는 분명히 올 것이지만
결국 인간은 만물의 근원에 대한 답은 영원히 알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만물에 대한 호기심이란 의문부호에서 시작해서 학문이 발달(?)되어왔지만
그 끝은 느낌표가 아니라 결국은 숱하게 많은 의문부호만 양산해왔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종래에 가서는 의문부호에 짓눌려서 모든 학문은 하나의 개념으로 통합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학*주2)으로요!

아주 오래전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바라보시던
별 총총한 밤하늘,
아침이면 여지없이 떠오르는 태양,
자신들의 2세가 태어나던 날의 환희,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시시때때로 접하던 모든 경이로움들에 찬탄하고 고개숙이던 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념없이도 가물가물한 밤하늘 저 너머를 깊이 주시하며
이 우주 만물과 모든 현상을 만들고 운영하시는 '절대자'에게 고개 숙여 감사하고 숭배하던
순전(純全)한 마음*주3) 어쩌면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족한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 주1)
현재의 철학과 과학의 큰 테두리를 바라보고 있자면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캐낼 것도 없이 이미 한계점에 도달한 듯이 보이기도 하더군요. 물론 미시적으로 파고들면 세밀성은 아직 부족하지만, 거시적인 큰 틀로 보면 더 이상 새로운 걸 알아낸다는 건 힘들어 보입니다. 인간은 어쩌면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창조되어졌고, 그 앎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발현되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아닐까? 하는 다분히 SF적인 상상이 들기도 하더군요.

* 주2)
종교의 궁극은 신학 神學(=信學)이 되지 아닐까 싶습니다. 만일 인격신이 더 이상 인간의 삶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면, 그래서 재림이건 현현이건 어떠한 형태로건 인간에게 자신의 존재성을 내비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인간으로선 신을 믿는다는 것도 하나의 학문으로 체계화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2~3세기에 신학의 틀이 태동했다고 하고, 중세시대 때부터 체계화되기 시작했으며, 오늘날의 신학은 유대교를 근저로 한 기독교 신학 하나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모든 종교와 절대자에 대한 연구로 그 범위를 확장해나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신학은 지속적으로 연구될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신학이란 특정종교의 신학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우리가 절대자라고 생각하는 '신에 대한 학문'을 지칭합니다.

* 주3)
'온갖 논리에 물들지 않은 깨끗하고도 완전한 믿음의 상태'로 풀이하고 싶습니다. 참다운 믿음은 갓난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 있을 때의 마음 상태가 아닐까요. 나이가 들고 지식을 익혀가며 순전했던 마음은 지식이란 좀벌레에게 부지불식간에 조금씩 먹혀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주3-1)요.

알아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지식은 득보다는 해가 될 여지가 남아 있듯이, 믿음 또한 절대적 믿음*주3-2)이 아니면 득보다는 해가 될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주3-1)

지식불용론자는 아니지만, 사람으로 태어나 지식을 익히며 살아왔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인간사회에서 알몸으로 자연 속에 내던져졌다면 자연 속에서 살아남을 만한 문명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습니다.

* 주3-2)
절대적 믿음은 내 믿음만이 최고라는 광신과는 구별되는 믿음입니다. 예전에 한 번 내비췄던 겨자씨 만한 믿음이라도 100% 믿는 마음가짐의 상태를 절대적 믿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기독교인 중 '절대적 믿음'을 가진 형제,자매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댓글 없음: